[서인호칼럼] 고유가 지원금의 아이러니, 기름값 지원금인데…주유소는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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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서인호 대표
고유가의 파고가 길어지고 있다. 유류비는 이제 단순한 생활비의 한 항목을 넘어, 가계 전반을 압박하는 구조적 부담으로 자리 잡았다.
출퇴근을 반복하는 직장인, 생업을 위해 운전대를 놓을 수 없는 자영업자와 운수 종사자들에게 기름값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정부와 지자체는 지난주부터 ‘고유가 지원금’이라는 처방을 내놓았다. 취지는 분명하다. 상승한 유류비 부담을 완화하고, 시민의 삶을 일정 부분 보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책은 종종 의도와 다른 지점에서 멈춰 선다. 지원금이 지급되었음에도, 정작 대부분의 주유소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구조가 그것이다.
이 순간 시민이 체감하는 것은 정책의 취지가 아니라 그 간극이다. “기름은 내 돈으로 넣고, 지원금은 딴 데 쓰라니.” 이 한 문장은 현재의 상황을 가장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지원금은 지역화폐나 특정 가맹점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또 다른 정책 목표가 반영된 결과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정작 가장 큰 부담 지점인 ‘유류비’는 정책의 바깥으로 밀려났다. 결국 기이한 역설이 만들어졌다. 고유가 대응 정책임에도 기름값은 지원 대상이 아니다.
물론 정책 당국의 고민 또한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주유소의 유통 구조, 대기업 중심의 시장 환경, 정책 효과의 환류 문제 등 여러 제약 요인이 존재한다.
하지만 정책의 정당성은 설계 논리가 아니라 체감 효과에서 완성된다. 시민의 질문은 단순하다. '지금 가장 필요한 곳에 쓸 수 있는가?' 그 답이 부정적일 때, 정책은 기능을 상실한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더욱 직설적인 평가가 나온다. “주유소만 빼고 다 된다? 정책이 시민을 비껴갔다.” 이는 단순한 불만이 아니다. 정책이 현실의 소비 구조를 얼마나 정확히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다.
정책 성과는 종종 수치로 제시된다. 지급 규모, 사용률, 지역 내 소비 증가율 등 다양한 지표가 동원된다.
그러나 시민의 체감은 통계가 아닌 경험에서 비롯된다. 주유소 앞에서 결제 수단을 꺼냈다가 다시 집어넣는 순간, 정책은 그 자리에서 멈춘다.
그래서 더 냉정한 평가가 뒤따른다. “지원은 했지만 체감은 없다…주유소 앞에서 멈춘 정책.” 이제 필요한 것은 정책의 확장이 아니라 정밀화다.
주유소 전면 허용이 어렵다면, 일정 한도 내 유류비 사용을 인정하거나 사후 환급 방식 등 현실적인 보완책을 모색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불가’의 논리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의 설계를 찾아내는 일이다.
정책은 결국 사람을 향해야 한다. 그리고 그 사람은 오늘도 주유소 앞에서 비용을 계산하고 있다. 지원금과 현실이 서로를 비껴가는 이 구조가 지속되는 한, 정책은 존재하지만 체감은 부재한 상태로 남을 것이다.
고유가 시대에 필요한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가장 절실한 지점에 정확히 닿는 정책이다. 목적은 옳지만 수단이 어긋나면, 효과를 얻지 못할 뿐 아니라 정책에 대한 신뢰마저 갉아먹는다. 지금의 고유가 지원 정책이 바로 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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