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칼럼] 평택시, 갈등이 문제가 아니라, 갈등을 다루는 행정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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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시의회 이종원 의원
평택은 인구 100만 특례시를 향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대규모 택지개발과 산업단지 조성, 교통망 확충으로 도시의 외형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그러나 도시가 성장할수록 이해관계는 복잡해지고 갈등 역시 늘어난다. 이제 평택에 필요한 것은 개발을 추진하는 능력만이 아니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공공갈등 관리 역량’이 도시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최근 평택에서 발생한 사례만 보더라도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진위면 은산리 종합장사시설 건립을 둘러싼 갈등, 발표 한 달 만에 철회된 현덕면 초대형 환경복합시설 문제, 서탄면 경기국제공항 유치 후보지 발표에 따른 주민 간 찬반 갈등, 송탄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둘러싼 반발이 이어졌다.
브레인시티와 지제역세권 등 대규모 개발지역에서도 기반시설과 보상 등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다. 각각의 사안에는 저마다의 이유와 입장이 존재한다. 어느 한쪽이 무조건 옳고 다른 한쪽이 틀렸다고 단정할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갈등을 대하는 행정의 방식’이다. 공공갈등은 초기에 충분히 소통하고 조정하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합의점을 찾아갈 수 있다. 반대로 갈등을 방치하거나 ‘법적 절차에 문제가 없으니 추진하면 된다’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주민의 불신은 커지고 지역사회는 분열된다.
결국 행정은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갈등을 다시 수습해야 한다. 여기서 평택시 행정에 묻고 싶다. 절차적으로 적법하다는 것이 과연 시민에게도 충분히 정당한 행정인가. 법과 절차를 지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것은 좋은 행정의 완성이 아니라 출발점이어야 한다.
주민에게 충분히 설명했는지, 주민의 우려와 대안을 제대로 들었는지, 이해관계자가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할 기회를 가졌는지, 그리고 논의 결과가 실제 정책에 얼마나 반영됐는지까지 살펴야 한다. 그것이 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행정이다.
그러나 현재 평택시의 공공갈등 대응은 상당 부분 갈등이 집단민원이나 집회로 확대된 이후에야 해결책을 찾는 ‘사후 대응형’에 머물러 있다. 2019년 관련 조례를 제정했지만 사적 영역의 ‘이웃분쟁’과 정책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공갈등’을 하나의 조례에서 다루고 있어 실질적인 공공갈등 관리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15명으로 구성된 공공갈등관리심의위원회가 지난 수년간 단 한 차례도 가동되지 못했다면 제도가 존재하는 것만으로 충분한지 되돌아봐야 한다. 평택도 이제 ‘갈등이 터진 뒤 수습하는 행정’에서 ‘갈등을 미리 발견하고 시민과 함께 해결하는 행정’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세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사전 갈등영향분석’을 제도화해야 한다. 장사시설과 환경시설, 대규모 개발사업처럼 주민 생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정책은 결정한 뒤 주민을 설득해서는 안 된다.
결정하기 전에 갈등 요인과 이해관계자를 분석하고 주민 설명과 숙의 과정을 거쳐 예상되는 충돌을 사전에 조정해야 한다. 갈등관리는 문제가 발생한 뒤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을 설계하는 순간부터 시작돼야 한다.
둘째, ‘평택형 공공갈등 관리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갈등 징후 포착부터 이해관계자 분석, 협의체 구성, 주민 숙의와 공론화, 조정안 도출까지 단계별 기준을 마련하고 모든 부서가 이를 공유해야 한다. 특히 주민 의견을 단순히 ‘듣는 것’으로 소통이 끝나서는 안 된다.
어떤 의견이 제시됐고 무엇을 정책에 반영했는지, 반영하지 못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다시 시민에게 설명하는 과정까지 포함돼야 한다. 소통은 의견을 듣는 절차가 아니라 시민의 의견이 정책으로 연결되는 과정이어야 한다.
셋째, 공공갈등 관리 기능을 협치 기능을 보유한 자치행정협치과로 이관하고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 여러 부서에 흩어진 공공갈등 업무를 주민 소통과 협치를 담당하는 부서 중심으로 명확하게 정립하고, 갈등관리 전문가 참여와 전문인력 양성, 공직자 교육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필요한 사안에는 중립적인 전문가가 참여해 주민과 행정 사이의 대화를 조정하고, 어렵게 만들어낸 합의가 실제 행정계획과 정책 결정에 반영되는 구조도 갖춰야 한다. 갈등이 있다는 것 자체가 행정의 실패는 아니다. 67만 시민이 살아가는 도시에서 생각과 이해관계가 다른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오히려 도시가 성장하고 정책이 다양해질수록 갈등은 더욱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진짜 문제는 갈등을 ‘불편한 민원’으로만 바라보고 시민을 정책 결정의 주체가 아닌 ‘설득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는 행정이다. 이제 평택시는 “법과 절차를 지켰다”는 설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시민과 충분히 논의했고, 그 결과를 정책에 반영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행정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평택은 인구와 산업, 도시의 규모만 성장해서는 안 된다. 갈등을 조정하고 합의를 만들어내는 행정의 역량도 함께 성장해야 한다. 절차에 매몰된 일방적 행정에서 소통하는 행정으로, 설득하는 행정에서 숙의하는 행정으로, 갈등이 발생한 뒤 수습하는 행정에서 갈등을 예방하는 행정으로 바뀌어야 한다.
갈등을 피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더 나은 정책을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바꾸는 것. 시민과 전문가, 의회와 행정이 함께 답을 찾아가는 ‘성숙한 협치 선도도시 평택’, 이제 평택이 그 변화를 시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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